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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교육감 2기, 연착륙 가능할까

누리예산 “아이들 볼모” “정치적 무능”...책임론 ‘솔솔’


... 문수현 (2014-12-13 00:04:53)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12일 도의회 예산심의 의결을 몇 시간 앞두고 누리예산 일부 편성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와 어린이집, 관련 학부모들은 일단 환영하면서 안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누리예산을 둘러싸고 빚어진 지역사회의 혼란에 대해 김 교육감 책임론은 물론, 정치적 무능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전북도의회 최은희 의원은 전북교육청의 뒤늦은 누리예산 편성에 대해 비판하면서, 김 교육감 2기의 연착륙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도 던졌다.

최 의원은 도교육청이 3개월분의 누리예산을 내년도 본예산(안) 수정안에 편성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김승환 교육감의 전향적인 태도는 그나마 반가운 일”이라고 우선 반겼다.

하지만 최 의원은 “뒤늦은 편성을 결정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그간 김승환 교육감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되어온 불통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며 “교육감 2기의 교육행정이 연착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김 교육감이 예산 편성으로 급선회한 데 대해서도 “예산편성 촉구 집회와 언론, 도의회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있은 후에야 급히 변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의 압력에 밀려 할 수없이 백기를 든 것이라는 지적이자, ‘불통’이 해소된 건 아니라는 의미다.

최 의원은 이어 “김승환 교육감은 전북 교육계의 수장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헌법학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학부모들은 우선 안심하는 분위기다. 전주에서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한 여성 가장은 “140만원 월급으로 두 아이와 생활하면서 보육료 지원은 큰 위안이었는데, 보육료 예산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지난 한달 남짓 기간엔 일이 손에 안 잡힐 만큼 마음의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 교육비가 지원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밤낮없이 일하거나 딴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말했다.

심지어 “교육청이 보육료 예산을 세우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나더러 죽으라는 소리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 교육전문가는 “늦게라도 보육대란을 피한 건 다행이지만, 김 교육감이 수많은 사람을 위태로운 고민에 빠뜨린 책임은 남아있다”며 “정부와 교육감이 풀어야 할 숙제를 두고, 아이들과 학부모, 생존권의 위협을 받은 어린이집 종사자들을 볼모로 삼아 정치적 도박을 한 데 대해서는 사과로도 모자라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감이 조금이라도 도민들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문제를 이렇게까지 끌고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끝까지 누리예산 편성을 거부했다면, 비록 임기 초반이지만 권력누수 현상이 앞당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학부모들로부터 하루에 5~6통, 많게는 20통씩의 전화를 받았다”며 “좋은 소식 기다려달라고 희망적인 말씀은 드리면서도, 답답한 심정은 가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3~5세 어린이 누리교육과정을 똑같이 운영하고 있다”며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유치원 원장은 교육자고 어린이집 원장은 장사꾼이냐’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김 교육감의 방법은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만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볼모로 삼고 엄마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느냐”며 “김 교육감의 좋던 이미지가 바닥으로 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은 12일, 전날까지의 태도를 바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급히 편성한 수정 예산안을 전북도의회에 제출했다. 김승환 교육감이 도의회 김광수 의장과 전북어린이집연합회 김옥례 대표와 비공개로 만난 뒤, 정부의 목적예비비 183억원과 자체예산 19억원 등 총 202억원을 도교육청 본예산에 편성하기로 합의한 것.

한편, 전북에는 어린이집 1648곳이 있고, 한 개 어린이집에 평균 10명의 보육교사가 일하고 있다. 누리과정에는 만3~5세 어린이 2만3900여명이 있으며, 어린이집 누리과정 유아를 둔 가족구성원은 어림잡아 4만 명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여론의 압박에 겨워 전날까지의 입장을 급선회하고 어린이집 누리교육과정 예산 일부편성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왼쪽 두번째부터 김승환 교육감, 김옥례 전북어린이집연합회장, 김광수 전북도의회 의장, 양용모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