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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를 읽고

[내 마음을 움직인 책(25)] 김성민(호남제일고 1학년)


... 편집부 (2015-06-26 11: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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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2011.

(사진=김성민)

이 책에 반영된 시대적 상황에 관점을 맞추어 글을 써보자면, 우선 사회주의는 겉과 속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 동독의 사회주의 체제를 아주 잘 표현한 이 책에선 길거리에 사회주의를 따르자는 선동의 포스터가 나오고, 동독 사람이 서독 사람들과 접촉을 한다는 이유로 사상범으로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또 서양 세계에서 들여온 물품을 남몰래 숨길 만큼 귀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동독의 감옥은 밤낮으로 전구를 켜놓고 밥은 한 끼만 주고, 억지스러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심한 고문을 실행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선전과 선동, 마치 자기의 체제와 사상이 제일인 척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사상 속에 진실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죽이기도 하며 없애고 감옥에 갇히게 하였습니다. 이 책에선 이러한 점들을 아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재미있는 또 다른 점은 서독 스파이와 동독 스파이의 활동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는 겁니다. 먼저 서독 스파이는 동독에 스파이를 보내 고급 정보를 빼오고 동독에 붙잡힌 자신들의 요원을 구출하기 위해 동독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동독 스파이도 이러한 점은 서독 스파이와 다른 점은 딱히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굉장히 신선했다고 말하고 싶은 사실은 두 스파이의 활동 중에 자신의 요원을 구하기 위해 서로 잡은 스파이들을 한 다리 위에서 맞교환을 한다는 겁니다.

스파이도 인격을 갖춘 사람인데 그것을 도구로 사용한 두 체제들은 비인격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이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어떤 암흑적인 사건이나 일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독과 동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남한과 북한에서도 유사하게 벌어지는 것 같아 북한 주민들에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된 키워드는 로맨스, 즉 사랑인데요. 두 사람의 뜨거운 연애도 지켜볼만 합니다. 주인공이 베를린으로 와서 한 방송국에 취직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두 사람이 만나게 됩니다. 눈을 한 번 마주친 순간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는데요. 주인공이 저녁 식사를 제안해서 식사도 하고 그 첫 저녁 식사에 둘은 손을 잡고 강렬한 키스까지 하게 됩니다. 둘은 서로가 인생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뜨겁게 사랑합니다. 둘은 곧 주인공의 집에서 동거까지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결혼할 생각까지 하게 되니 정말 빠른 사랑 전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사랑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발목이 잡히고 마네요.

둘은 그렇게 헤어지고 몇 십년이 지난 후 여인에게서 온 편지를 읽게 됩니다. 그 편지 내용에 그 여인이 겪었던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었고 주인공은 결국 참아 왔던 울음을 터뜨립니다. 두 사람의 애잔한 사랑이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해주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됩니다. 두 사람이 끝까지 잘 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책을 다 읽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상평을 마치면서 부족하고 유치한 글을 끝까지 참고 잘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 이 책은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담은 책이며 시대적 상황을 잘 가미해서 박진감 넘치고 아찔한 내용 전개가 스릴도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다 읽으면 “캬~” 소리가 나올 정도로 베를린에서 온 편지의 내용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책 중간 중간 선정적인 내용들도 나와서 민망하긴 합니다만 그만큼 두 사람이 사랑을 했다는 것이어서 참고 볼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사서 읽거나 도서관에 가서 빌려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 장담하며, 『모멘트』라는 책을 언젠가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 제공 책표지)

※ 전북교육신문은 매주 금요일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을 싣습니다. 다음 주에 책을 소개할 사람은 호남제일고 1학년 손민성 학생입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