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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앞에 가해자 가족이 있다면

[내 마음을 움직인 책(27)] 정성용(호남제일고 1학년)


... 편집부 (2015-07-10 1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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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사진=정성용)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 이 분의 추리소설을 읽기 위해 한 권의 책을 뽑아들었습니다. 이 책의 이름은 『편지』입니다. 저는 이 책 또한 추리소설이라 믿고 읽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닌 그냥 소설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감명 깊었던 것 같습니다.

『편지』는 형 쓰요시와 동생 나오키의 우정 이야기입니다. 형은 무릎을 다쳐 이삿짐센터에서 해고당하고, 배달업을 하다가 그것 또한 힘들게 되자 도둑질을 하자고 결심한 후 강도 살인을 저지릅니다. 그는 결국 교도소에 가고 동생은 다달이 편지를 보냅니다.

이 같은 스토리만 보고 생각한다면 그다지 감동스러울 것도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가해자의 가족들이 받는 시선이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됩니다.

저는 이런 힘들게 사는 가해자 가족들에 대한 사연을 생각하지도 않고 차가운 눈매로 보는 사람들을 매우 싫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자기의 가족이 이런 일이 있어서 강도 살인을 하게 되었다면 그 남은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씌워지는 오해를 풀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였겠지만, 그렇게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일단 가해자의 가족이라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이 사람들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한다면 동생 나오키가 그토록 슬프진 않았겠지요.

저는 가해자의 가족들에게 적용되는 법안과 사례를 나열하겠습니다. 『가해자 가족』이라는 책에서는 실제 일본에서 묻지 마 살인, 강간, 폭력 등을 저지른 범죄자의 가족들이 힘들게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가해자 가족이라는 이웃의 비난과 멸시 등을 견디지 못해 이사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잘리기도 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한다고 합니다.

『편지』에서도 동생 나오키를 보는 눈들이 달라집니다. 가족의 환경 문제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가해자의 잘못입니다. 『편지』에서는 동생 나오키를 위해 돈을 벌다가 그만 지친 형이 도둑질을 하다가 강도 살인을 저지르는 당황스럽고 매우 놀라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또 이 둘은 상황이 좋지 않아 법적인 약자여서 법적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기초수급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하자면 이 『편지』의 세계관은 아직 법이 불안정하거나 국회가 자신들의 그릇만 챙겼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형 츠요시는 동생 나오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는데 나오키는 츠요시의 편지를 받으면 계속 훑어보기만 하고 편지를 찢기만 하였지요, 무서운 것은 나오키는 형을 증오하고 매우 화를 내며 형 츠요시를 싫어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나오키가 형 츠요시을 증오하지 않았다면 형제애가 따스하게 묘사됐겠지요.

재밌게 생각하여 본다면, 만약 형 츠요시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착한 형제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계속 『편지』처럼 나아가도 국가가 법을 제정하여 기초수급자 같은 제도가 생겨나서 제2의 츠요시 형제가 나오지 않게 되겠지요.

책 마지막에 형 츠요시가 보이는 곳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부르며 끝날 때 감동이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 노래를 끝난 뒤의 이야기를 안 쓴 이유는 그 뒤 내용은 작가의 손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에 맡기였다는 것이겠지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형사 시리즈가 『편지』에 묻혔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메마른 가정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 가정은 며칠간 울음이 폭탄 터진 듯한 울음바다가 생기겠지요. 저는 이 책을 주위 친구들에게 강력 추천하기도 했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이 책을 썼을 때 어떤 영감을 받았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유미코라는 여자가 나올 때부터 다시 감동받기 시작했습니다. 나오키가 유미코를 만난 뒤부터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질 때 유미코의 역할과 마음씨가 매우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 당시 나오키의 여자친구조차 배반했는데 이 유미코만이 나오키를 받아주고 위로했습니다. 나오키의 마음은 유미코를 만나기 전에는 애절함, 좌절감, 간절함, 고통 등의 감정으로 가득했지만 유미코를 만난 이후에는 고마움, 사랑, 감사, 행복 등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나오키는 유미코가 해준 행동이 얼마나 기쁘고 사랑했으면 둘이 결혼을 해 미키란 아이를 낳았을까요? 저도 예전엔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느꼈지만 그 시점에서 처음 친구를 사귀었을 때 어찌나 기쁘던지 나오키 또한 많이 울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 부분이 가장 강하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출판사 제공 책표지.)

저는 위 상황과 비슷한 긍정적 사례를 모았는데 한 가지는 가출 청소년 쉼터입니다. 이유는 가출 청소년은 집을 나가면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피해자 가해자 조정 프로그램입니다. 나오키도 이런 상황에 와서 다행입니다. 유미코를 자신의 생명과 사랑의 인연이라고 생각조차 못했겠지요.

유미코는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를 갖춘 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볼 때 유미코는 역지사지로 나오키의 상황도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 유미코가 이 『편지』의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죄를 봐주고 받아주고 있지만, 가해자의 가족이라면 일단 차가운 눈빛으로 대놓고 욕을 합니다. 그렇다고 가해자의 죄가 사라지지 않는데 말입니다.

이 『편지』의 세계관에서는 나오키의 상황을 조사하지 않아 더욱 열악해진 것입니다. 만약 했다면 나오키가 정신적 피해의 보상과 치료 등을 받았을 것이고 국가가 제공하는 심리치료도 받았겠지요. 『편지』에서는 유미코가 나오키의 심리치료사였을 것입니다. 그러니 나오키가 유일한 지지대인 유미코에게 기대다가 사랑에 빠졌겠지요.

그래서 나오키가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번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극단적인 상황까지 왔다면 ‘유미 콩’을 만나지 못하고 형 쓰요시의 편지를 계속 받지 못하고, 마지막 장면처럼 형 쓰요시 앞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부르지 못해 천당이 있다면 굉장히 막심한 후회를 했을 것 같아 다시 ‘유미코’의 역할에 다시 감사해졌습니다.

또 이 작품이 출간 한 달 만에 판매 130만 부를 달성한 것이 이해가 갔습니다. 우리는 가해자의 가족이 주위에 없어서 생각을 안 했을 수도 있지만 바로 앞에 지금 가해자의 가족이 있다면 어떤 반응을 할지 생각합시다. 여러분들은 당연히 분노가 치밀어 올랐겠지만 분노할 대상이 가해자이지 가해자의 가족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 가해자의 가족을 생각할 때가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한마디로 가해자의 가족이 순식간에 피해 가족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국가의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가정이 모여 마을, 마을이 모여 지방, 지방이 모여 국가. 그러니 주위의 옆집 앞집 이 모든 이웃들이 다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모든 책임은 가해자가 다 가지고 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계속 우리나라처럼 피해 받았을 때만 법을 보고 만지작거리니 피해가 계속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는 체계는 없앤 후 이 『편지』처럼 이런 사건이 우리나라에 터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글 솜씨가 미숙하지만 끝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전북교육신문은 매주 금요일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을 싣습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