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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4 21:47:42

딸은 엄마의 거울

[사고뭉치 엄마의 괴짜 교육법(29)] 설연화 / 시인·수필가


... 편집부 (2015-07-20 13: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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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삶은 엄마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생각하면 행동 하나에도, 사소한 결정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문득 딸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내 20대의 삶과 많이 닮아 있는 모습을 본다. 환경이나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생각이나 행동의 패턴은 거의 흡사하다.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리 쉬는 것은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는 않았다는 것에 작은 위안을 삼기도 한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다. 이제 겨우 한글을 띄엄띄엄 읽을 수 있을 때였다. 아이들 육아 일기를 쓰는 대신에 특이한 행동을 수필 형식으로 기록했고, 노트에 낙서를 많이 했던 때였다. 컴퓨터 책상에 앉기보다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낙서하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자그만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 낙서를 하고 있을 때 딸아이는 종이와 연필을 들고 와서 나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인가 쓰고 있다. 그것이 한글 공부였든 어설픈 그림이었든 책상에 앉아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어릴 때부터 나의 꿈은 소설가였다. 그래서 힘겨운 공장 생활 할 때도 소설책을 손에서 놓아본 적은 없었다. 쓰지는 못하지만 읽을 수는 있었기에 결혼 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서점에 들러 소설책을 사오곤 했다.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딸아이는 동화책을 읽었다. 내가 벽에 기대어 삐딱한 자세로 책을 읽을 때, 딸아이는 나와 똑같은 자세로 동화책을 읽었다. 안 되겠다 싶어 어느 날은 책상에 앉아 바른 자세로 책을 읽었다. 딸아이는 찻상을 가져와 내 옆에 앉더니 바른 자세로 앉아 책을 읽었다.
“엄마, 동화책 읽어주세요!”
“자영이 이제 한글 읽을 수 있잖아. 스스로 읽으면 안 될까?”
“엄마가 읽어주시면 재미있는데, 제가 읽으면 재미없어요.”
“왜 재미가 없을까?”
“모르겠어요. 엄마 그런데 무슨 책 읽는데 울어요?”
그때 베스트셀러였던 “가시고기”라는 소설을 읽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부성애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이는 책을 읽으며 울고 있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난 눈물을 닦으며 웃어 보였다.
“조금 슬픈 내용이야.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수술비를 만들기 위해 죽어가는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가장 멀쩡한 각막.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들은 이 각막이 있어야 가능한 거야. 그런데 각막을 팔면 어찌 되겠어? 아무것도 안 보이겠지? - 그런데 아빠는 각막을 팔아서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고, 자신은 암으로 죽을 거니까 엄마한테 보내기 위해서 아들에게 아픈 말을 하는 장면이어서 많이 슬퍼!”
“동화책이에요?”
“아니, 소설이야. 그러니까 어른들이 읽는 동화라고 하면 자영이가 이해할까?”
“저도 읽고 싶어요!”
“지금은 자영이가 이해하기 힘들고 나중에, 나중에 중학생 정도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때 엄마가 읽어보라고 줄게!”
-사실, 그 뒤로 잊었다. 아직 딸아이는 가시고기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내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딸아이는 동화책이나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만화스토리 쓸 기회가 주어졌다. 재미삼아 썼던 만화스토리에 관심을 보이는 만화가가 있었다. 소설 쓰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만화는 사실 읽은 적도 없었다. 만화를 봤던 경험이 있다면 초등학교 때 전래동화를 만화로 그려놓은 책이 전부였다. 뭔가 좀 더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에 내 스토리에 욕심내던 그 만화가의 책을 잔뜩 빌려 읽었다. 언제나 동화만 읽던 딸아이가 만화책을 손에 쥐었다. 내가 보고 있던 만화는 성인용이었기에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았다. 또한, 어른이 읽는 만화라는 것을 주의 시켜서 보지 못하도록 아이들 손닿지 않는 곳에 올려 뒀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만화를 보고 있었다.
“자영이 만화 보네? 어디서 났어?”
“동화 책장 가운데 있었어! 엄마 재미있어. 동화책보다 더 재미있어!”
“응?”
“동화책은 그냥 그림 하나만 있는데, 여기는 그림이 많아. 그래서 더 재미있어!”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아들 때문에 준비해둔 만화책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혹시 만화는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딸아이가 읽는 동화책 가운데 꽂아 두었었다.
“만화 재미있어? 동화책으로 된 것도 있잖아. 홍길동전.”
“엄마, 동화책은 글씨로 되어 있어서 홍길동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싸우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만화책에서는 그림으로 나오니까 재미있어!”
“동화책은 자영이가 상상할 수 있으니까 더 재미있잖아!”
“엄마도 소설책 안보고 만화책 보잖아!”
딸아이의 말에 뒤통수가 짜릿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화스토리를 쓰기 위해 참고했던 독서가 딸아이에게는 엄마의 취향이 바뀐 것으로 생각됐던 모양이다. 그러나 딸아이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만화든, 잡지든 상관없었다. 아이가 읽고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없다.

내가 드라마 대본 쓰듯 만화스토리 쓰는 동안, 딸아이는 만화를 읽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만화스토리를 중단하고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딸아이는 자연스럽게 동화를 읽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림=임솔빈)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들은 전혀 달랐다. 내가 책을 보고 있든, 글을 쓰고 있든, 책에 관련된 것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만 언제나 아빠 흉내 내는 것을 좋아했고, 아빠가 벗어 놓은 옷을 입고 아빠가 되었다고 좋아했다.
아들아이는 생김새도 아빠와 붕어빵이었지만, 행동도 똑같았다. 남편의 성향은 나와 반대였기에 책에는 관심 없었다. 아내의 이름이 새겨진 책조차 펼쳐보지 않은 사람이 남편이었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씻고 밥 먹고, TV 시청하다가 잠드는 것이 일과였다. 그런 아빠를 보고 자랐기 때문일까? 아들도 남편과 거의 흡사했다. 학교에 다녀오면 씻고, 밥 먹고, 그리고 TV나 컴퓨터 좀 하다가 잠드는 것이 전부였다. 남편이 그나마 잠시라도 취미가 있었다면 낚시였다. 아들 또한 별다른 취미가 없다. 있다면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서 하는 농구 게임이나, 축구 시합이 전부였다.

어느 주말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의 딸아이가 현관문을 열었다. 놀란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자 딸아이는 말없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엄마, 나 바보 같은가 봐. 어쩌면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도 모자랄까?”
“남자친구랑 완전히 끝냈어?”
“응, 그런데 헤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나쁜 놈이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있었던 거야. 나 말고 또 다른 여자를 나보다 먼저 사귀었고, 내가 그 여자 사귀고 있는 중간에 사귄 여자가 된 거야. 그리고 내 뒤로도 또 몇 사람이 더 있어. 그런 사람한테 내가 어떻게 했는지 엄마 알지? 어쩌면 난 이렇게 바보 같아? 정말 힘들다고 해서 일이 힘든 줄 알았어. 야근해야 한다고 해서 무슨 회사가 주말마다 일 시키는 것도 부족해서 시도 때도 없이 야근이라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 얼마나 힘들겠냐고. 그런데 야근한 것이 아니라 여자 만나러 다녔다고 하잖아. 그것도 그놈은 아예 연락 안 되고, 내가 너무 불쌍하다고 그놈 친구가 이야기해 주잖아. 나 정말 바보 같아.”
딸아이는 한참을 그렇게 울고 있었다. 이십 대여서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던가. 서툴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사랑. 그 사랑에 딸아이는 상처받아 울고 있었다. 난 딸아이 등을 토닥거려 줄 뿐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딸아이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때, 마주 앉아 다쳐서 멍든 가슴을 쓸어 내기라도 하듯 얼음 가득 들어있는 커피를 마시며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가 결혼을 일찍 했는데, 그 전에 비슷한 사랑이 있어. 너처럼 그 남자애를 원망하는 마음보다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내가 참 바보처럼 느껴졌었어.”
“엄마는 왜? 나처럼 다른 여자들 사귀면서 잠적했어?”
“아니 조금 더 심하다고 할 수 있어. 뭐 지금이야 진부한 사랑이야기이지만….”
“아, 대충 알 것 같아. 엄마 친구랑 사귀었구나?”
“응! 석 달 정도는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점점 연락이 뜸해지고, 회사도 안 나오고, 휴일에 만나기로 해놓고 급한 일 있다고 약속 취소하고…. 그런데 어느 날 같이 일하던 친구가 아무 연락 없이 결근했어. 다른 때 같으면 나한테 일이 있어서 못 나간다고 했거든. 그래서 쉬는 시간에 잠깐 그 친구 자취방을 갔었는데….”
“둘이 같이 있었어? 자취방에?”
“응! 그대로 문 닫고 나와서 회사로 돌아갔지.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하는데…. 일 끝나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아프더라. 처음에는 두 사람이 나를 가지고 놀았구나 하는 생각에 아팠는데, 나중에는 내가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아프더라.”“나도 그래 엄마. 엊그제는 정말 그동안 그 남자애가 했던 것들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 때문에 아팠는데, 오늘은 그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은 내가 너무 바보 같아. 그런데 그때 엄마 마음은 어땠어? 남자친구가 더 미웠어? 여자 친구가 더 미웠어?”
“둘 다 밉지는 않았어. 남자친구도 회사에서 매일 마주쳤고 인사는 했어. 여자 친구랑은 그 뒤로도 연락하고 같이 다녔어!”
“어떻게? 그게 가능해?”
“처음엔 보여 주기였지. 내가 바보가 아니라 남자친구였던 네가 바보였다고. 너는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잃는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친구 사이는 유지되고 있다고 보여 주는 것이 복수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여자 친구랑 계속 같이 다니다가 보니까 이 여자 친구도 나처럼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해됐어.”
“보여주기. 맞네! 맞아! 내가 엄마 과거를 훔쳐봤나?”
“왜?”
“내가 지금 보여주기 하고 있어. 그전 남자친구 이야기를 자꾸 SNS에 올리고 있어. 얼마 전부터 연락하고 있거든. 그런데 내 진심은 아닌데 네가 다른 여자를 사귀었다는 것 알고 있고, 그것과 상관없이 네가 그렇게 싫어했던 전 남자친구랑 연락도 하고 만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거든.”
“전 남자친구랑은 사이좋아졌어?”
“아니, 그냥 이성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했어. 그런데 그걸 역이용해서 보여주고 있는 거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행동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딸은 나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의 사랑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자세하게 들려준 적은 없었다. 스쳐 지나가듯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는 했지만, 헤어진 이야기까지는 할 수 있는 상황이 그동안 없었다. 그럼에도 딸아이는 내가 했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내가 했던 행동을 따라 하듯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딸아이는 기분이 많이 풀린 모양인지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나갔고, 난 딸아이의 밝은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폭풍처럼 그 상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힐 것이다. 그리고 진정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만이 가슴에 남게 된다는 것을 딸아이에게 시간이 말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딸아이가 나가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무섭다. 딸아이 이십 년 후의 모습은 지금 내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 하나, 내 행동 하나가 모두 멈춰 있다가 딸아이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그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내 어머니가 생각났다.

“딸은 엄마 닮아간다 하드만 으째 너는 나를 안 닮었씨야!”
어머니 생신이라서 내려간 날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네 어느 집 딸이 엄마 닮아서 똑같이 청상과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말끝에 하신 말씀이었다.
“엄마 닮아가잖아요. 엄마 스물세 살에 큰오빠 낳았죠? 저도 스물세 살에 자영이 낳았잖아요. 거기다가 시부모 없는 아버지랑 결혼하셨죠? 저도 시부모님 안 계시잖아요.”
“누가 그렁거 말허냐? 안 닮어도 되는 것만 가꼬 말허네! 나는 무식하게 살었어도 뭐 허믄 그 항가지만 가꼬 뿌리를 뽑았는디, 너는 이것 했다가 저것 했다가 그것이 뭐시다냐. 옛말에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이 저녁 끼니 걱정한다고 시방 니가 딱 그짝 아니냐!”
“나는 자영이가 내가 살아온 삶을 닮아가는 것이 정말 싫던데, 엄마는 내가 엄마처럼 살았으면 싶으세요?”
“다릉거는 몰라도 한 사람 만나서 오랫동안 같이 살고, 항가지 일만 함시로 늙어서도 오순도순 살믄 좋제 으째야!”
“그럼 엄마 닮은 거 이야기 해 드릴게요. 엄마 환갑 넘고 칠순 넘으실 때까지 배우러 다니신 것 세어 볼까요? 한국무용, 제과제빵, 주부대학, 비누 만들기, 컴퓨터…. 거봐요. 엄마도 한 가지만 배우신 거 아니잖아요.”
“음마? 나는 너 맹키로 이것 배웠다가 저것 배웠다가는 안 했다잉. 한국무용 다 배우고 나서 선배모임으로 들어 갔응께 제과제빵 배우러 댕겼제. 글고 조리사 자격증 따고 나서 주부대학 댕겼다잉! 근디 너는 글 쓴다고 혔다가, 또 금방 그림 그린다고 혔다가, 또 언능 봉께 서예 헌다고 했다가, 또 머시냐 컴퓨터로 일 헌다고 혔다가…. 그것이 뭐시여. 항개도 제대로 항거이 없는디.”
“아니죠. 글은 여전히 쓰고 있고, 그림은 중간에 배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 서예를 배우러 다닌 것이고, 컴퓨터 일은 글 쓰면서도 계속하는 일이고…. 거 봐요. 엄마랑 똑같이 닮았죠? 배우는 것이 다를 뿐이죠?”
“근디, 학교도 댕긴담서?”
“글도 쓰고, 컴퓨터 일도 하고, 서예 학원도 다니고, 그러면서 학교도 다니고 그러는 거죠.”
“한꺼번에 그것이 가능허다냐? 말도 안 되는 소리허고 자빠졌네. 그래가꼬 집안일은 언제허고, 애들은 내비도도 큰다냐? 거기다가 느그 서방이 겁나기 좋아허것다!”
“그러고 보니까. 나는 엄마 안 닮았는데, 자영이가 닮은 것 같아요. 난 잔소리 안 하는데 자영이가 잔소리가 엄청나게 심하거든요!”
“워매 저 써글년! 인자 헐말 없응께 별것을 다 갔다가 붙이고 그러는구마잉!”

사실 어머니의 생을 닮고 싶지는 않았다. 끝없는 자식들 뒷바라지가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넋두리처럼 읊어대는 인생의 고달픔. 그 삶은 피해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어머니가 하셨던 것과 반대로 아이들을 대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삶을 비슷하게 따라가지만, 딸아이는 따라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럼에도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환경이 주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자신의 사고를 기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고, 결정하는 것이 비슷하다. 그래서 삶의 중요한 결정에서 어머니가 했던 선택을 내가 따라 할 수밖에 없듯 딸아이도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지금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난 엄마처럼 하고 싶은데, 못할 것 같아. 나에게는 엄마 같은 끈기와 인내력은 없는 것 같아. 그 부분은 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해!”
딸이 엄마를 닮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 내가 힘겨운 상황이 되었을 때, 나를 위로한다. 적어도 나처럼 엄마를 닮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니므로….

[작가 약력]
전남 나주 출생
전북 군산 거주
1995년~99년 소설창작모임 운영
2003년 수필집 [누룽지와 꺼먹고무신] 출간
2004년 월간 시사문단 시 등단
2004년 계간 대한문학세계 소설 등단
2011년 시집 [여백] 출간
2015년 현재
시낭송가
웹디자이너
홈페이지 : 설연화의 문학공간 (http://sichenji.com)

※ 설연화 작가의 [사고뭉치 엄마의 괴짜 교육법]을 연재 중입니다. 매주 월요일 새로운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