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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통폐합, 교육인가 경제인가

교육부정책-지역현실 ‘괴리’ 확인...교육자치시민연대·전북도의회 토론회


... 문수현 (2016-11-25 23:32:53)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와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24일 전북도의회 1층 세미나실에서 전북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북 소규모학교 통·폐합, 다양한 시각을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한정문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재림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서재복 전주대 교육학과 교수, 정우식 전북농촌지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최인정 전북도의회 의원(교육위원회)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먼저 주제발표를 맡은 이재림 교수는 현재의 소규모학교는 더욱 과소규모학교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통해 적정학교 및 적정학급 규모를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교수학습이나 학업성취도 측면에서 적정한 학급 규모는 학급당 평균 16명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농산촌 지역의 경우 가급적 인구 유지가 가능한 읍(시)소재지에 거점형 학교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와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소규모학교 통폐합 관련 토론회에서 이재림 한국교원대 교수(사진 왼쪽 서 있는 사람)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또한 2~3개 소규모학교의 통폐합보다는 통학거리를 고려하여 4~5개 소규모학교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럴 경우 초등학교의 적정규모는 12학급 내외(학년 당 2학급 32명 내외) 규모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공식대로면 한 학교의 적정규모 전체학생 수는 평균 192명이다.

이런 기준을 전북 진안군에 적용하면 현재 14개 읍면의 13개 초등학교가 4~5개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15개 초등학교가 있는 임실도 5~6개로 준다. 원거리-차량 통학에 따른 학생 불편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진안군의 경우 인구는 적지만 면적은 서울시의 1.3배에 이른다.

이 교수의 제안은, 일부 교육청과 시민단체들의 운동으로 2013년 발의돼 국회 계류 중인 농어촌교육발전특별법안이 “농어촌 면지역에 초중고등학교 또는 통합학교를 1개 이상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 점과도 대비를 이룬다.

이재림 교수의 발표에 대해서는 토론자들의 다양한 이견이 제출됐다.

최인정 전북도의회 의원은 “한국의 내국세는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3%~6%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내국세 중 교육비 비율은 OECD국가의 평균 이하”라고 지적하면서, 학교 통폐합 정책 대신 교육비를 늘리는 국가정책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또 시골학교 통폐합이 가져올 원거리통학의 괴로움, 농촌 살리기 운동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점, 교육부의 일방적 통폐합 정책이 지역교육청의 자치를 훼손한다는 점 등을 들면서 “교육부는 지방에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기다리는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복 전주대 교수는 “정부는 국가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용’과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1981년 소규모학교 기준안을 마련하여 1982년 전두환 정부부터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 교수는 교육과정 운영이나 행정적·경제적 측면에서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장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역주민과 학교동문들이 반대한다는 점, 농산어촌 지역이 황폐화할 우려, 학교통학의 불편과 학생지도의 문제, 교원의 인사적체와 승진기회 감소 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특히 학교가 교육뿐 아니라 지방의 공론을 형성하고 지역주민의 공동체로 기능을 해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으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목적 재설정(교육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에 우선시킬 것)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과 지열 실정 고려 △(소규모학교 유지를 원한다면) 복식수업을 위한 연구활동과 교원연수 강화 △(통폐합을 원한다면) 통학버스 등 다양한 편의 제공 등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효율성보다 효과성” “작은 것이 큰 것을 바꾼다”는 말로도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현했다.

정우식 전북농촌지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소규모학교가 지역을 지탱해준다고 강조하면서 “교육부는 지역교육청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또 농촌지역에서 소규모학교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교육부가 ‘소규모학교와 지역공동체의 상생’을 고려한 정책과 지원, 속도 조절 등을 해야 하는데, 학생 수나 학급 수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또한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거부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해당지역에 알맞게 수용 또는 거부할 것이냐 하는 고민도 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소규모학교가 지역에서 하는 순기능을 살려나가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한편 교육부가 제시한 소규모학교 통폐합 기준에 따르면, 전라북도 761개 학교 중 48%인 351개 학교가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교육부가 지난 6월 밝힌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 방안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5개 교육지원청이 통폐합되고 그 가운데 전북에서 무주, 진안, 장수, 임실, 순창 5개 교육지원청이 해당된다.

효율성을 앞세워 학교와 학생을 수량화·계량화하는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작은 지역’ 전북교육의 앞길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