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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어요?”

[Bonnie의 화이트보드(1)] 바니쌤 영어특강교실 강사


... 편집부 (2017-03-09 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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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onnie Lee)

외국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성인 학습자에게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컨택트(Arrival, 2016)를 관람한 적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나타난 외계인들의 언어를 분석하기 위해 언어학자인 루이스가 캠프로 이동하게 된다. 다른 물리학자 이안과 함께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언어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게 된다.

세계 각국에 등장한 외계인에게 저마다 접근하는 방식은 다양했지만, 루이스는 그들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그들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 결과 외계인과의 대화에 엄청난 성과를 얻게 되고 결국 소통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언어’가 소통에 얼마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깊이 공감하게 만든 영화다.

언어는 한 민족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해석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에 올바른 접근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한 민족의 언어에 몰입하게 된다면 그 민족의 사고방식대로 세상을 보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영화 컨택트에서는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까지 보게 되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 언어를 수단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니!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어요?”

외국인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 및 친분관계 때문에 자주 접하게 되는 질문이다.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특히 오랫동안 영어 학습을 해왔지만 성과를 보지 못한 성인들에게서 많이 듣는다. 그들이 단순하게 영어 학습을 목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아닐 것이다. 누구보다 오랫동안 배운 언어인 영어를 통해 다른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숨어서 공부만 하지 말고 외국인을 만날 기회를 만드세요.” 대부분은 외국인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그 동안 학습위주의 언어 접근 반경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직접 경험한 학습위주의 언어학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스스로 도전하기를 꺼려한다. 그 결과는 그토록 원하는 외국인과의 소통의 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Arrival'의 한 장면. 출처=YouTube

그럼 소통의 통로를 찾아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1. 예전에 비해 ‘영어는 문법이다’라는 생각은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너무 문법을 무시하려고 해서 문제다. 시험을 보거나 영어 논문을 써야 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로 하는’ 영어 구조를 위한 기본 문법은 학습해 두면 도움이 된다. 언어는 곧 나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의미가 형성되지 않는 구조로 단어만 나열해서 굳이 자신의 이미지를 왕초보자로 고정시킬 필요는 없지 않는가.

2. 언어는 문화와 사고방식을 반영하는데 영어는 동사활용이 중심인 언어이다. 실제로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700~800개 정도의 주요 동사들의 다양한 활용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알고 있는 수식어구 사용하여 한 문장을 완벽하게 말하려는 시도보다 동사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소통 과정에서 자신감을 훨씬 높여줄 것이다. 머릿속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 소요되는 오랜 시간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는 외국인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다.

3. 어휘를 많이 알면 알수록 의도 파악도 빠르고 신속하게 응답할 수 있는 만큼 소통이 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험생이 아니라면 단어집을 들고 다니며 실제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단어들을 무조건 암기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인 학습자일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은 떨어지고 실제로 외국인을 대면하면 긴장이 되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실제 생활을 반영한 기분 좋은 영화들을 영어자막을 두고 보기를 권한다.

4. 무엇보다 그동안 투자한 돈과 시간을 보상받겠다는 심정을 가지고 연습 대상으로 외국인을 대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좋겠다. 모국어를 구사할 때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없으면 어떤 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소통자체가 애초에 힘들지 않은가. ‘준비되었다’는 기준도 없다. 외국인을 만나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마음을 열고 일단 대면해 보기를 권한다.

가끔 생각한다. 만약 영어로 말하지 못해 그동안 경험한 세상을 처음부터 경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언어를 수단으로 소통하는 일은 분명 삶을 풍부하게 해 준다. 그런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편집자] 새로운 연재 [Bonnie의 화이트보드]를 시작합니다(월1회, 매월 둘째 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