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LOGO
최종편집: 2024-04-24 21:47:42

[신간] 2020-2038 부의 미래

사카구치 다카노리(신현호 옮김), 비전비엔피, 2020.1.21


... 문수현 (2020-01-31 12:41:57)

IMG
저자는 일본인을 위한 미래 생존 매뉴얼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부제는 ‘데이터와 통계로 전망한 유망 비즈니스 미래 연표’다.

이 책은 사회 주요 분야를 망라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0년부터 2038년까지 돈의 흐름을 지배할 미래 유망 비즈니스를 예측하고 있다. 매해 주목해야 할 업계를 제시하며 ‘돈 되는’ 상품 아이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인구학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을 분석하여 인구감소와 고령화, 중국의 인구 증가, 인도 경제의 성장, 아프리카의 부상, 성평등 증진과 여성활동 증가 등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효한 여러 요인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비즈니스에 기회를 줄지 알려주는 것이다.

일본 경제와 사회에 비추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 다시 말해 일본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비로소 이 책은 현실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실제로 이 책에 소개된 정보와 데이터의 대부분은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는 것들이며, 저자는 이런 정보들로 새로운 지식을 엮어내고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생존’에는 공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책은 ‘미래’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 미래는 철저하게 현실분석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떠한가? 침체일로를 걷는 세계경제 속에서 비관적 전망과 불확실성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유효한 미래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것이 우리의 공통 관심사다.

하지만 그 해답을 찾아가는 길은 다르다. 이런 맥락에서는, 이 책은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는 차원의 과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미래 생존 전략 마련'이라는 이 책의 관심범위 안에서 저자의 조언은 “정치, 사회, 경제, 기술 등 모든 주요 분야의 정보를 수집하여 동향을 분석해야 하며, 그 결과를 종합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저자는 2020년부터 2038년, 즉 19년 동안 벌어질 변화와 그 속에서 부상할 열아홉 가지 유망 비즈니스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프라스트럭처, 저출산, 고령화, 자동차산업, 여성의 사회 진출, 90년생 젊은층, 베이비붐 세대, 음악산업 등은 세계적으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다. 또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애국마케팅이나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떠오르는 시니어 세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확대 등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목격할 수 있는 새로운 현상이다.

몇 가지 주제를 보이면 이렇다.

[2026년 - 젊은층, SNS와 애국주의]
유감스럽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 시기에도 젊은이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혜롭게 생활의 만족도를 높여나간다. 소비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생활을 영위해나간다. SNS를 통하여 일상을 제어하고 애국적인 경향을 짙게 드러내는 젊은이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 이어져 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좋아요!’라는 평가를 얻게 만드는 상품군이다.

[2034년 - 본격적인 AI의 부상]
AI가 2034년까지 인간이 하는 노동의 대부분을 대신하게 된다. 지금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영역에도 AI가 진출하고, 나아가 싱귤래리티라는 기술적 특이점을 맞게 됨으로써 AI는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때 인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을 규명하는 일이다. 그것은 AI와 인간을 연결하는 일이나 인간의 영감을 고무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2036년 - 웰다잉을 위한 종활]
잘 살아가기 위한 비즈니스에서 잘 죽기 위한 웰다잉 비즈니스로 전환된다. 이 시기에 일본은 노년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사망자 수가 최대를 기록한다. 이에 따라 종활, 즉 웰다잉 비즈니스가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다. 장례 관련 비즈니스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고객이 죽기 전까지 거처할 장소를 물색하거나 사후 분쟁을 경감하는 사업 외에 화장 후 유골을 처리하는 사업 등 이 비즈니스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2038년 - 교주 비즈니스]
SNS 인플루언서, 소규모 커뮤니티의 지도자 등 소시민적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교주)의 영향력이 생활 전 영역으로 확대된다. 이런 인물들은 정보의 발신자로서 살롱과 같은 소우주의 형태를 만들고 그 조직은 새롭고 낯선 종교집단과 같이 변용된다. 이 시기에는 주변 사람들과의 직접적 접촉 빈도가 극도로 낮아지고 정보 수집이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은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통해 하게 된다. 동시에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리얼함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체험하는 인생의 DIY화가 진행된다.

저자는 이런 분석으로 장래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는 가장 적절한 태도가 아니겠느냐며 넌지시 독자의 동의를 구한다. 이런 낙관주의에 동의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적절한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