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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고헤이: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자본, 자연, 미완의 정치경제학 비판’ - 두번째테제, 2020(추선영 옮김)


... 문수현 (2020-02-27 14:42:37)


△출판사 제공 책표지

최근의 연구들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신종전염병의 창궐이 무분별한 환경 파괴의 대가임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유행의 배경에 중국 거대 축산기업과 야생동물 사육·가공 산업의 번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상의 근원은 인간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의 자연 잠식, 환경 파괴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도대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생태적 위기와 경제적 불평등의 참상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생태학과 경제학의 결합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저작이 출간됐다.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자본, 자연, 미완의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제목의 이 번역서는 2017년 미국의 좌파 잡지인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가 출간한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자본, 자연, 미완의 정치경제학비판’의 한국어판이다.

이전에도 마르크스주의를 생태학과 접목하려는 시도는 있어왔다. 하지만 이 책은 사상 처음으로 마르크스의 노트를 심도 깊게 파고들어 마르크스의 연구 과정을 논의함으로써 마르크스의 연구가 생태학적 문제와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저자 사이토 고헤이 교수는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오사카시립대 경제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EGA 편집위원회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사이토 교수가 독일어로 처음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은 『자본에 반하는 자연: 미완의 자본주의 비판 속 마르크스의 생태학』(2016)이라는 제목으로 독일에서 출간됐다.

이후 2018년 이 책의 영어판으로,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주어지는 ‘도이처 기념상’을 최연소(31세)로 수상했다. 최근 출판된 일본어판과 한국어판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저본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생태학과 경제학’에서는 마르크스가 포이어바흐의 인간학에서 벗어나 어떻게 정치경제학비판으로 나아갔는지, 그 과정에서 자연의 ‘소재적’ 특성이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더불어 어떤 과정을 거쳐 ‘물질대사’ 개념을 받아들이게 됐는지를 치밀한 텍스트 분석으로 밝혀낸다.

2부 ‘마르크스의 생태학과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EGA’에서는 마르크스 당대 농업이론가들의 논쟁들을 정리하면서, 데이비드 리카도의 수확체감의 법칙이 어떤 식으로 변주되었는지, 토양 비옥도의 문제가 어떻게 자본주의 착취와 약탈 체제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밝힌다.

이 책은 이처럼 매우 이론적이고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낯선 독자들에겐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이다. 분명한 것은 저자가 마르크스의 물질대사 균열이라는 개념을 오늘날의 환경 파괴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적 토대’로 삼으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 책을 저술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이 이론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곳곳에서 현대적 생태 위기의 역사를 펼쳐 보인다.


△2017년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가 출간한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자본, 자연, 미완의 정치경제학비판’. 한국어판은 이 책의 번역본이다.

그는 “생태 위기는 이상 기후, 대양의 산화(酸化), 질소 순환 파괴, 사막화, 토양 침식, 멸종 등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 그 속도를 높여 왔다”고 지적하면서 “오늘날의 심각한 생태 위기는 분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급가속’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충격이 급격하게 증가해 온 현실과 관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생태사회주의’라는 생각이 좌파 기후 정의 운동의 핵심 개념이 되어야 하며, 칼 마르크스를 되짚어보면서 역사의 종말이 끝난 이후의 역사의 진행을 그려 보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출판과 관련해 “지난 몇 달 사이 크게 악화된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를 감안해볼 때 이번 한국어판 출간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면서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국민을 동원하려는 어떤 정치적인 시도에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전 지구적 수준에서 생태 위기가 닥치고 있는 지금 강고한 국제연대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환경 정의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생태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낼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은 생태 위기가 심화되어 지구 전체가 파괴되고 전 세계적인 자본 축적으로 인해 심각하게 저하된 노동 조건을 비롯해 열악한 생존 조건 아래서 살아가야 하는 환경 난민과 이른바 ‘환경 프롤레타리아’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축적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재난 자본주의는 쇼크 독트린을 통해 꾸준히 부를 축적하겠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미래 세대는 환경 위기에 대한 책임이 훨씬 적음에도, 환경 재난에 훨씬 더 취약해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환경 정의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 계급투쟁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환경 프롤레타리아는 악화되어만 가는 경제 위기와 생태 위기에 맞서 자신의 건강, 공동체, 환경을 보호하는 혁명을 수행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