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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코로나19 사태의 원인과 전망

‘전염병 발발부터 경제위기 확대까지’...현실적 비관주의 관점서 냉철히 분석


... 문수현 (2020-04-08 18: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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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세계 운동단체인 사회진보연대가 최근 소책자 <코로나19 사태의 원인과 전망: 전염병 발발부터 경제위기 확대까지’>(68쪽)를 내놨다.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차후에 코로나 이후 세계의 대안을 제시해보려는 시도다.

소책자는 서문과 1부 감염병, 2부 정치, 3부 경제, 4부 사회운동, 그리고 2개의 부록으로 구성됐다.

서문의 제목은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이 글의 진단에 따르면, 최근의 혼란은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 방식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고, 발병 원인은 이윤에 눈이 먼 야생동물 산업의 무분별한 확대였다. 경제 위기는 생산자원이 있어도 돈이 안 돌면 생산을 멈추는 시장경제의 특성 탓에 커졌다.

1부 ‘감병병’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원인, 신종전염병이 재차 창궐할 가능성, 방역조치의 가능성 등에 대해 진단한다.

2부 ‘정치’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반세계화 정책과 시민통제 정책을 내놓고 있고, 시민들은 별다른 저항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정치위기와 포퓰리즘은 재난 대응의 혼란을 가져와 피해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3부 ‘경제’는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침체가 예상됐었고 코로나19가 세계경제의 기저질환을 악화시켰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는 평등해도, 사회는 평등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코로나 19 사태는 특히 고용과 임금이 취약한 취업자들에게 치명타를 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노동운동은 이들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재정 중독과 현금 숭배에 빠진 세계는 지속 가능한가 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세계 각국이 양적완화로 불리는 통화확장과 국가부채를 늘리는 재정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화폐도 재정도 화수분이 아니며 지불의 순간이 올 때 문제가 커진다고 분석한다.

또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재난 대책이라며 무분별한 현금 지급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대해서, 현금 살포는 실효성도 떨어지는 데다 국가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포퓰리즘적 현금 지급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세계경제 침체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출 감소, 금융시장의 자본유출, 자영업 붕괴 등으로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이전부터 진행 중이었던 저성장, 고령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중국 광저우에 거주하거나 사업 중인 아프리카인 수백 명이 호텔과 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지역 보건당국이 시작한 의료검사 활동이 발단이다. 아프리카인들은 인종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출처=BBC뉴스 2020.4.8.

소책자는 4부 ‘사회운동’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함께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용유지 및 빈곤층 지원 대책, 보건의료 부분의 과감한 인프라 투자, 해고제한 및 연대임금-연대고용 정책, 파산 기업 자주관리 등이 그것이다.

협동조합, 자주관리 등 노동자 주도 생산조직의 재건을 주장하는 내용을 아래에 인용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는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악화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 결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후의 대부자인 정부가 모든 기업을 살릴 수 없을 때, 전략적 순위가 떨어지는 기업부터 파산할 것이다. 이럴 경우 노동조합의 전통적 해결방법은 정부에게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거나, 다른 고용주를 찾는 것(인수합병)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결국에는 구조조정을 전제하기 때문에 다수 노동자가 피해를 입는다. 심지어 경제침체가 심각해질수록 아예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들은 구조조정 대응책뿐만이 아니라 이제 자주관리 또는 협동조합에 관한 일반적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업별 역량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산별노조가 다수 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장직 중심의 노조가 사무직, 연구직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자원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단체협약도 개발해야 할 것이다.”(56쪽)

소책자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수습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면서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 곧 반세계화 인종주의의 창궐, 인권 침해의 확대, 정부의 빚더미,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업부채, 실업자와 비정규직의 확산 등은 두고두고 세계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이 때문에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야생동물을 산업화할 경우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할 것이다. 또한 보건위기, 생태위기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없는 경제는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그런데 이윤 추구가 안되면 생산 자체도 멈춰버리는 자본주의 경제는 이런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자본주의를 어떤 식으로든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세계 시민 모두가 깨닫고 있다.”(60쪽)

그러면서도 “다만, 낡은 것이 사라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을 때, 시민들은 진보보다 퇴행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책자의 서두에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를 인용한 것은 그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낙관적 생각이 오히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교훈이다.

“상황을 낙관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 되기 전에는 석방될 거라고 믿음을 이어 나가고, 부활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 이전엔 나가게 될 거라고 또 믿지만, 그렇게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고 반복되는 상실감에 결국 죽게 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교훈인데요, 마침내 이기겠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과 지금 현실의 가장 가혹한 사실을 직시하는 것을 절대로 혼동하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