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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4 21:47:42

[한재숙 그림책 이야기] 오소리네집 꽃밭


... 편집부 (2024-03-24 21: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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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에 몸을 움츠리다가도 따뜻한 햇살과 함께 눈을 크게 뜨고 보는 것이 있다.
바로 봄이 왔다고 알려주는 꽃들이다. 매화가 피는가 싶더니 노란 산수유화가 피어나고 개나리가 담장을 노랗게 뒤덮는다. 목련은 수줍어 하며 하얗게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있다. 길가에는 이름도 잘 모르는 작은 꽃들이 별처럼 피어있다.
이제 앞을 다투어 피어날 민들레, 벚꽃, 진달래, 철쭉, 수선화, 튤립 등 꽃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웃음이 절로 나온다.

꽃들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책이 바로 권정생 선생님의 『오소리네 집 꽃밭』이다.
아이들과 아는 꽃을 이야기 해보게 하고 책을 읽어나가면 더욱 집중이 잘 된다.
앞표지를 보면 오소리아줌마가 나무 사이로 뭔가를 보고 있다. 무엇을 보고 있을까? 아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경험치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나온다. 궁금증을 뒤로 하고 면지로 넘어오면 자세히 들여다보아야하는 그림이 있다. 펜으로 스케치한 것인데. 오소리와 꽃들이다. 정승각선생님이 그림을 그리려고 자료를 수집하고 스케치한 것을 그려놓아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회오리 바람이 불던 날, 오소리 아줌마는 회오리바람에 40리나 떨어진 읍내 장터에까지 날아가게 된다. 장터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얼른 달아난다. 장터를 표현해 놓은 그림책은 여럿 있지만, 정승각선생님이 그린 장터모습에서 운동화들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은 어린 친구들이 보기 힘든 시골 장터의 모습이다. 백화점과 마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장터의 반바지 파는 모습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장모퉁이를 돌아나온 오소리 아줌마는 울타리 사이로 학교 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동그랗게 뜬 눈에서 놀라움이 보여진다. 우리가 표지에서 궁금해했던 오소리 아줌마가 보던 장면은 바로 뒷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봉숭아, 채송화, 접시꽃, 나리꽃...... 화단가득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아이들은 자기가 아는 꽃을 찾기에 눈길이 바쁘다.
오소리 아줌마는 학교의 화단을 보고 예쁜 꽃밭을 만들고 싶어서 오소리 아저씨에게 꽃밭을 만들자고 한다. 이 부분에서 회오리 바람에 날아간 오소리 아줌마를 걱정해주고, 또 기꺼이 꽃밭을 만들기 위해 괭이를 들고 나서는 오소리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보인다.

오소리 아저씨가 괭이로 땅을 쪼려고 하는 곳마다 패랭이꽃, 잔대꽃, 용담꽃, 도라지꽃이 피어있다. 오소리 아줌마는 “쪼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아저씨의 괭이질을 막는다. 그러고보니 오소리집 둘레에 온갖 꽃들이 피어있다. 그 자체로 꽃밭이 된다. 그것도 봄부터 겨울까지 철마다 꽃들이 돌아가며 피어난다. 결국 새로운 꽃밭을 만드는 것을 포기하지만, 즐겁게 웃음을 나누게 된다.
마지막에 오소리 아줌마와 아이들도 꽃도 같이 웃게 되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오소리 아줌마의 들에 핀 꽃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예쁘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들에 핀 꽃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꽃 한 송이, 꽃 한 다발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끼게 되며, 내일은 또 어떤 꽃이 활짝 피어나며 집을 나서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반겨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