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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힐링이 아니라 관계야!

정태석 교수 『행복의 사회학』, 숫자와 통계로 한국사회 현주소 진단


... 문수현 (2014-02-17 21: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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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석 전북대 교수가 신간 『행복의 사회학』(부제: 당신은 대한민국 몇 %입니까?)을 통해 2014년 대한민국의 사회적 현주소를 파헤쳤다.

정 교수의 첫 대중사회학 책인 『행복의 사회학』은 숫자와 통계를 통해 2014년 한국인의 삶을 드러낸다.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있는 통계와 지표들의 의미를 해석하고 설명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러한 지표들은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갖지만 지배권력은 이 숫자와 통계들의 의미를 숨기려 한다. 정 교수는 요즘 사회적 화두인 '힐링'이 개인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진 몰라도 사회적 '관계'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근원적인 치유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한국사회 현실의 다양한 특성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회학적 개념 및 원리들도 알기 쉽게 풀이되어 있으며, 일러스트와 인용들이 친절한 이해를 돕는다.

책 속에는 지니계수와 소득분배지표, 실질임금증가율, 비정규직 고용동향, 행복지수, 국제학업성취도, 조혼인율 및 이혼율, 1인가구 동향, 생태수용능력 등 하나같이 우리 행복의 현주소를 비추는 지표들이 제시돼있다.

또한 선성장 후분배, 경제민주화, 경쟁교육, 성장논리 등을 비판적으로 살피면서 노동, 정치, 주거, 복지, 교육, 가족, 생활, 환경, 생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소한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대안의 프레임들을 제시한다.

정태석 교수는 책을 통해 “한국사회는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행복에서는 더 멀어지는 이상한 사회가 되어버렸다”며 “이제 뼈저리게 깨닫자”고 주문한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을 규정해왔던 자연적, 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대해 되돌아보고 스스로 객관화시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고도 말한다.

정태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1991년에 석사학위를, 199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동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전북대학교에서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 교수는 비판사회학회의 저널 『경제와 사회』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편, 시민·노동단체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전화인터뷰 내용(정 교수의 관점에 대한 수용 여부는 독자의 몫이다).

문) 새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행복의 사회학』은 어떤 독자층을 주로 염두에 두고 저술하셨나요?

정) 일반대중들을 생각하고 썼습니다. 학생을 포함해서 사회에 관심 있으신 분 누구든지 읽을 수 있습니다.

문)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 그 동안에는 학술적인 책들을 썼는데 학자들 영역 안에서 오가는 얘기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죠. 또 출판사 기획자가 “통계자료들을 해석해가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 하는 제안도 해주셨고, 저 또한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통계자료들을 보면서 사회문제들을 읽어내고 그에 대해 나름대로 해설과 설명을 붙인 거죠. 물론 독자들이 책을 보면서 경쟁적 사고에서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는 사고로 인식이 변화하기를 바라면서요.

문) 숫자와 통계를 많이 인용하셨는데, 역시 독자대중이 쉽게 다가가도록 하려는 배려인가요?

정) 그렇습니다. 숫자와 통계의 의미를 해석해주고 그를 통해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준다고 할까, 인식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지요.

문) 책 속에 사용한 지표들은 어떤 기준에서 선정하셨나요?

정) 사회문제를 잘 표현해주는 지표들입니다. 예를 들면 지니계수, 자살율, 비정규직 비율 등입니다. 대중들이 사회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와 닿는 자료들이라고 볼 수 있지요.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대표적인 통계자료들을 선별했고, 전체가 18꼭지인데 꼭지마다 하나씩은 포함돼 있습니다.

문) 전체 4부로 이뤄진 책에서 한 부를 교육에 할애했습니다. 평소 초중등교육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정) 초등은 잘 모르고 중등교육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습니다. 입시경쟁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주면서, 입시경쟁교육이 경쟁적인 문화를 확산시키는 문제나 그 속에서 인간성이 황폐화되는 문제들을 다뤘습니다. 또 교육이 어떻게 계급·계층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기능을 하게 되는지 짚어줬죠. 학교교육의 문제, 청소년 자살 문제도 함께 얘기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청소년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그런 문제들이 다 청소년들을 경쟁에 내몰아 진정한 다양성 교육, 인간성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지요.

문) 교육감선거가 다가옵니다. 저마다 교육의 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교육의 위기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진단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 성적 중심의 입시경쟁 문화가 학교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 등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론 우리사회에 자본주의적 경쟁문화가 너무 과도하게 확산돼 있어서 교육에까지도 확대되고 있는 거죠. 그런 상태에서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질 리 만무합니다.

문)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진정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정) 책에서 다루고 있듯이, 핀란드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사회죠. 경쟁보다는 연대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라는 겁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회는 성공하는 소수를 위한 입시경쟁 사회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이면 누구나 교육을 받고 복지혜택도 누릴 수 있는 그런 사회입니다. 저는 핀란드가 그런 사회라고 봅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사회는 경쟁에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이 사회적 연대를 통해 보편적 보지를 지향하는 인식이 약합니다. 결론적으로, 자본주의 안에서도 분배를 개선하고 보편적 복지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사람들이 누구나 기본적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니까 그처럼 경쟁에 매달리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겠죠.

문)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복지국가의 위기’가 거론되는 현실에서 과연 ‘보편적 복지’가 실현가능할까가 논란이 됩니다.

정) 기득권의 논리죠.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위기가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위기가 있었지만 국민들의 지지에 기반한 사회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서 복지를 확대합니다. 복지를 확대한다는 건 단순히 퍼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준단 얘기죠. 그 수요가 사회적으로 공급과 생산의 기반이 됩니다. 결국 분배가 이뤄져야 그에 근거해서 소비의 여력의 생겨납니다. 반면, 우리 사회는 부를 가진 이가 더욱 더 부를 독점하려는 경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게 경쟁적 패러다임을 추구하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요. 결국 보수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방향이 그런 것이고, 그게 기득권층과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는 거죠. 비정규직이 많아지는 것도 그와 연관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사회적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경제위기가 오더라도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국민적 차원의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소수 자본가의 입장에서 위기 또는 위기극복이 얘기되고 있어요. 그 방향에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결국은 자본이 돈을 더 벌려면 비정규직을 써야 되고 임금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논리로 가게 되고 그게 비정규직을 부르는 거죠. 결국 복지국가와 멀어지는 겁니다.

문) 교육이 학벌대물림을 통해 불평등을 재생산한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복지사회에서는 그 문제가 극복 가능할까요?

정) 그런 사회로 가려면 보편적 복지가 이뤄지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의 가치가 확산되는 사회로 가야 하겠죠. 그것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부를 공평하게 분배하려는 생각을 가져야 하겠고요. 또한 그게 결국 정부정책으로 나타나야 되는 거죠. 그렇다면 그런 정책을 쓸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결국 시민들이 그런 정당 또는 정부를 지지해줘야 하겠지요. 결국 교육도 정치와 연관돼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