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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경험 많은 삶...잡은 손 놓지 않고 갈 뿐”

인권운동가 박래군 첫 에세이집 『사람 곁에...사람』


... 김소정 (2014-03-31 10:40:08)

(글 = 김소정 객원기자)

세상이 알지 못하는 슬픔과 고통이 버무려진 사건의 현장들. 그 안에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야했던 아픔의 시간들.

거대한 권력과 폭력 앞에서 한 사람의 ‘인권’이 어떻게 사라져 가는지, 그리고 그 짓밟힌 인권을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 것인지, 독자에게 심각하게 고민할 것을 요구하는 책이 출간됐다.

박래군의 첫 에세이집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 -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삶과 인권 이야기』(클, 2014.3)가 바로 그 책이다.

그가 지나온 발자취는 대한민국 인권운동의 기록이다. 그가 살아온 삶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26년차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탄생하게 됐는지 알 수 있다. 그는 현재 인권재단 사람(www.hrcenter.or.kr)이 세운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의 소장으로 있다.

‘힘없고 백도 없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걸어야 했던 그 길에는 함께 잡은 손을 놓지 않았던 이웃이 있었다. 자신의 터전을 지키고 싶어 스스로 강해져야만 했던 그들의 아픔이 우리들의 아픔으로 전해진다. 그들의 눈물에 동참할 수 있는 한 권의 책, 먼저 저자 박래군의 말을 들어봤다.

● 이전 저서에서 냉철하게 사회를 비판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인권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합니다. 박래군이라는 이름 앞에 ‘인권운동가’라는 호칭이 호처럼 따라붙게 된 배경도 이해할 수 있겠고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이 책은 그동안 썼던 글들과 새로 쓴 글에 제 살아온 이야기도 함께 담아 만든 첫 번째 에세이집입니다. 제가 지나온 삶 속에서 80년대부터의 시대적 변화를 독자들과 함께 살펴보고 싶었어요.

저는 실패의 경험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독자들이 살펴보면서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전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책은 국가범죄와 국가폭력에 대한 글들이 주를 이룹니다. 현 시대가 국가적으로도 많이 힘든 시기인 만큼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이라는 책 제목이 특이합니다.

- 저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손길을 뻗어온 사람들은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이에요. 그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먼저 이해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나가야 해요.

인권운동가는 해결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같이 일을 풀어가는 사람이거든요. 그분들의 아픔과 슬픔이 그분들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내 것이 되어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책 제목을 지었습니다.

● 인권교육이 체계가 잡힌 나라들을 보면 유치원 때부터 인권교육을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도 일부지역에서 인권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학생들에게 교육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요. 인권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일까요?

- 인권감수성을 어떤 식으로 키울까가 가장 중요한 일이죠. 사람들 간의 차이를 문제 삼아서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한 인권교육이라고 봅니다.

담담하고 소탈한 목소리로 인권에 대해 말해준 저자는 ‘평택미군기지(대추리 싸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큰일은 끝났지만, 여전히 해결됐다고는 할 수 없어요. 미군과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끝날 수가 없는 일이거든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라고 답했다. 씁쓸한 듯 여운을 남기는 그의 탄식에서 지나온 긴 싸움의 여정을 헤아려본다.

사전적인 정의로 인권은 ‘인간답게 살 권리’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인권을 어떻게 주장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켜나가는 방법을 알아가면서야 비로소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권리에 대해 깨우치게 된다. 사람들이 말하는 인권은 너무나 사소한 요구들이다. 그 사소한 것조차 국가라는 거대권력에 빼앗겨버린 힘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해 골리앗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독자들은 이 책 1부에서 저자의 자전적 글을 통해 인간 박래군을 알기 시작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인권침해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그리고 3부에서는 용산참사를 통해 국가폭력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리고 4부에서는 인권운동가로서 저자의 고민과 계획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 일’이 아니란 이유로 불편한 진실들을 외면하곤 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울분에 가슴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교훈도 얻었다. 국가가 우리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겠지만, 결국 인권을 지키는 주체는 국가도 외부기관도 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것.

사람들 사이의 배신 속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저자의 삶. 그러나 결국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도 사람이다. 그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그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 곁에 사람이 되어 그 곁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 곁에 선 사람 곁에 또 사람이 다가가 선다면, 그들이 잡은 연대의 손으로 세상은 더 밝아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사람의 곁을 지키며 서있겠다’고 한 박래군. 그의 글에서 사람냄새가 난다. 그런 그를 보며 나 또한, 그의 동생 박래전이 꿈 꾼대로, 모든 사람이 인권의 가치 안에서 만나게 될 ‘민중의 새 세상’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