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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선행학습금지법?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선행학습 금지법, 현재와 같은 교육구조에서는 실현불가능..
먼저 상대평가 폐지, 학생 중심 선택적 교육과정 편성 실현돼야..
[전북교육공동연구원과 전북교육신문 공동기획: 전북교육을 바꾸자]


... 권혁선 (2014-05-31 21: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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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로 올해 9월부터 시행하게 되는 선행학습금지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먼저, 학교 정규 교육 및 방과후 교육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 등의 행위 금지, 사교육 기관의 선행학습 광고 선전 금지, 각종 인증시험과 학교 밖 경시대회 실적 반영 금지, 학교에서 편성된 교육과정을 앞서는 선행교육·평가 금지, 학교별 입학시험에서 이전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는 내용 출제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금년 대학입시에서는 이 내용을 적극 반영해 교과 각종 대회 입상 실적 생활 기록부 전면 기록 금지, 자기소개서 등 입시 관련 제출물에도 그러한 내용들을 전혀 기록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하면 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선행학습을 금지시키면 학교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로 귀결된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많은 선생님들 특히 고등학교의 교사들은 입시제도를 이야기한다. 3학년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매년 11월 중순에 실시된다. 3학년 2학기 도중에 실시되는 수능을 치러야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의 경우는 부득이하게 선행학습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을 한다. 심지어 7월부터는 전국연합 모의고사 시험 범위도 전범위이다. 따라서 3학년 1학기 이전에 2학기에 해당되는 학습 내용을 모두 끝마쳐야만 수능 시험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1학년 때부터 방과후 학습을 이용해 심지어 정규 교육과정에서도 선행학습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행이 예고된 선행학습금지법은 모순 덩어리 그 자체인 것이다. 현실적 여건에 맞는 타당한 이야기다. 그리고 선행학습금지법에 대해 반대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럼 만약 수능 시험 실시 시기를 뒤로 조절(졸업 후 3월 수능 실시, 9월 학기 입학)한다든지 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면 선행학습이 금지될까? 역시 정답은 “아니다”이다. 왜일까? 여기서부터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궁색해진다. 왜냐하면 교육의 본질에 관한 내용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가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이유가 되는 두 번째의 원인은 현재까지도 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상대평가다. 현행 상대평가는 무조건 학생들 석차를 산출해 내야 한다. 그리고 산출된 석차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9등급으로 서열화하는 작업을 해야만 하는데 여기에서 높은 석차를 가진 학생들의 수가 많으면 1, 2등급을 차지하는 학생들이 없게 된다. 따라서 현행 상대평가에서는 교사들이 시험 문제를 적당히(?) 어렵게 출제를 해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렵게 출제한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선행학습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교육과정을 아무리 바꾸어도 상대평가가 사라지지 않는 한에는 선행학습이 절대로 살아질 수 없는 것이다. 상대평가가 존재하는 한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동, 협력 수업도 불가능하다. 많은 교사들은 대학 입시에서 내신 성적의 불리함을 들어 반대를 하고 있지만 해결의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 전체가 대학 입시제도에 얽매여 아이들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그대로 방치한 해경들과 같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이유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이하 특목고) 입시 문제이다. 특히 중학교가 여기에 많이 해당될 것이다. 요즘 특목고는 이전과 달리 특정 교과목의 내신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외국어 고등학교는 영어 교과목을 중심으로 과학고등학교(이하 과학고)는 수학과 과학 교과목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더욱이 고교 입시에서도 교외 수상 실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부담이 많이 감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교육 및 선행학습의 주요 원인이 되는 영어·수학·과학을 중심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많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학교는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학업 성취도 달성 여부를 묻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고입 선발을 위해서 석차 연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수 단위와 석차를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서열화를 조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특목고에서는 중학교 성적을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방식과 같이 9등급 상대평가로 산정하기 때문에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와 같은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네 번째는 특목고 및 자립형 사립학교(자사고)의 교육과정이 원인이 될 수가 있다. 이들은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교육 과정 편성의 자율권이라고 하지만 일반고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분명 선행학습의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된다. 과학고의 경우 이미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과학Ⅱ 과목을 학습한다. 과학Ⅰ도 아닌 과학Ⅱ이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공통과학을 학습하는데 과학고는 과학Ⅱ?. 물론 특목고이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선행 학습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타 자사고들도 마찬가지로 3학년에 심화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1학년 과정에서부터 공통 교과목은 배제하고 전공 선택 과목들을 선택한다. 당연히 중학교 과정에서부터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다면 설사 과학고나 자사고의 입학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선행학습금지법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또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교육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교육구조는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것들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제강점기의 흔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교육 현장에서만큼은 전혀 변화가 없다.

제발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의 앞으로 70년을 위해 지난 70년간 교육계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교육 판을 만들 수 있는 전반적인 대안이 제시되었으면 한다. 더 이상 ‘행복한 학교’, ‘즐거운 학교’와 같은 추상적인 표현들이 아니라, 직접적인 대안이 선거용 홍보물 전면에 나서기를 바란다. ‘주입식 교육 반대’, ‘성적 지상주의 철폐’, ‘상대 평가 반대’, ‘토론 협력 중심 수업 전개’, ‘대학 입시 제도 개혁’, ‘학생 중심 선택적 교육 과정 편성’ 등 하고도 싶고 말하고도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 선거판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실망이다. 교육 본질의 내용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직접적으로 교육 본질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없는 선거판. 어디 용어만 바뀌었지 시장이나 도지사 선거와 같은 느낌만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