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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곧 1년, 새로운 안전패러다임 절실

[인터뷰]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개정판 낸 박상은씨


... 문수현 (2015-02-23 11: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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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온다. 그 사이 참사를 다룬 책이 여러 권 출판됐고, 몇 군데 잡지에서는 특집으로 다뤘다. 시각은 물론 다양했다.

그 가운데 도서출판 사회운동에서 지난해 9월 ‘사회운동 작은책 001권’으로 펴낸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박상은 지음)는 지속적인 민영화와 규제완화가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책은 제목부터, 저자가 대형사고의 실제 역사를 개관하면서 이들 사고의 원인과 교훈을 찾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 책의 부제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돌아본 대형사고의 역사와 교훈’이다. 이처럼 역사를 분석해 그로부터 교훈을 찾는 분석 방법이 저자의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주 이 책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초판으로 찍은 1,000권이 석 달 남짓 만에 모두 팔려 1,000권을 새로 찍었다. 현재 출판시장에서 사회과학 책자가 그것도 짧은 기간 안에 1,000권 이상 팔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정판은 먼저 분량 면에서 초판보다 20페이지쯤 늘었다(188*257, 186쪽, 9000원). 4장의 첫 번째 절인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가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 절에서는 이 책에 실린 여러 사고 사례의 공통점과 특징을 좀 더 명확히 분류하고 설명했다. 그 점에서 개정판의 핵심적 변화랄 수 있다.

개정판은 그밖에도 몇 가지 내용을 보완했다. 먼저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의 개요,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 이후 최근 상황 등 몇 가지 사실관계를 보완했다. 또한 규제완화 관련 절에 수난구호법의 문제점이 추가 서술됐고, 기업살인법 관련 절에는 지난 11월 진행된 세월호 선장‧선원, 청해진해운 임원, 실소유주 일가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초판의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했다. 1장은 선박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세월호 참사의 배후로 폭로하며, 2장과 3장은 그 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국내외 대형사고 사례들을 사회적 관점에서 다시 조명한다. 4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한국 사회가 변화해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유가족, 사회운동, 노동조합이 오랜 기간 끈기를 가지고 함께 힘을 모을 때 사회의 안전문화가 변화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의 편집자인 전준범씨는 “이 책의 강점은 좀 더 긴 호흡에서 규제나 안전의 문제, 노동자가 어떻게 안전문제에 접근할 것인가의 문제 등을 다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준범씨는 “이 책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죽 거쳐 오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구돼왔고, 그로부터 규제완화가 일관되게 이뤄져왔으며, 노동자가 안전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계속 축소돼왔다고 봤다”며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로부터 신선했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저자 박상은씨는 “초판은 참사 5개월 만에 나온 책”이라며 “그 뒤로 변한 상황이 있고 새롭게 공부한 것도 있다”며 개정판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변한 상황 중 일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안전대책을 내놨고 여러 국책연구소에서 연구보고서들을 발간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대부분 형식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을 뿐이어서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적인 성찰은 발견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7년 침몰한 영국의 프리엔터프라이즈호. 기업살인법 제정의 배경이 됐다.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다음은 저자 박상은씨와 나눈 문답이다. 박상은씨는 사회운동단체인 사회진보연대의 활동가이자 2015년 현재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존엄과 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 이전 판은 성공적이었나요?

= 1쇄가 다 팔렸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면 성공적이겠지요. 또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책을 높게 평가해 기사나 지면을 통해 소개해준 분들이 계셨습니다.

○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 책을 읽다 분해서 몇 번을 덮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기업살인법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책날개에 메일주소가 있는데 감상을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여러 사람들의 감상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 소감이나 의견을 많이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 개정증보판을 내게 된 동기는?

= 이 책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개월 만에 나온 책이에요. 그 뒤로 변한 상황도 있고, 운동의 진전도 약간이지만 있고, 제가 새롭게 공부한 것들도 있어요. 이러한 부분을 반영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 증보판은 이전 판과 어떻게 다른가요?

= 먼저 4장 맨 앞에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절이 추가됐어요. ‘안전’이라는 말은 중립적이지 않고 양립 불가능한 철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공공의 안전을 보장할 제대로 된 대책이 무엇인가를 한 번도 사회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어요. 그리곤 정부대책이 최선이라고 믿죠. 그 부분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밖에도 기업살인법 관련 절에 청해진 해운 임원과 실소유주 일가의 1심 재판 결과를 추가했고, 규제완화 관련 절에 수난구호법 문제를 추가로 언급했어요. 대구지하철, 후쿠치야마 사고 관련해서도 조금씩 보완을 했고요.

○ ‘안전’이라는 말이 양립 불가능한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셨는데, 부연설명을 해주시죠.

= 예를 들어, 정부는 자동화가 사고를 줄인다고 보지만 우리는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무엇이 진짜 안전을 담보하는지에 대해서 철학이 전혀 다르다는 얘기에요. 달리 말해, 우리는 안전을 위해 지하철 2인 승무를 주장하고 저들도 안전을 위해 무인화를 주장하는 거죠. 안전불감증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안전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지켜야 한다는 철학이 뒷받침되어 있는 거고요. 그런 의미의 철학입니다.

○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기를 바라시는지...

= 한국의 사례와 관련해서는 기억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독자들로서는 해외사례를 읽으면서 우리가 배울 점을 꼽고 싶을 거예요. 처음에 조사의 목적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렇게 읽히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읽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한국과 해외의 사고 사례를 관통하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 거예요. 그게 무엇일지를 찾아보고,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를 직접 생각해보고 토론해봤으면 해요. 저도, 제가 지금 짚은 것 말고도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안전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결국 사회 전체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독자들과 이런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꼭 독자-저자의 대화 문제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의 다른 사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활동이 이 책의 집필에 영향을 주었나요?

= 물론이에요. 이 책은 저만의 성과일 수가 없어요. 존엄과 안전위원회에서 공동으로 논의한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앞으로의 활동도 존엄안전위원회와 더불어 할 겁니다. 이번 책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2월에 발생한 오룡호 사고와 사조산업의 대응을 보면, 기업에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 재발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명사고에 대해 기업에 책임을 묻는 여러 활동을 앞으로 존엄안전위원회와 함께 진행할 것이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주었으면 해요.

※ 다음은 이 책의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