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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 전문상담사 116명 전원해고 통보

무기계약 요구 원천 차단 노려...
학교비정규직노조 “김 교육감, 무늬만 진보”


... 문수현 (2013-11-22 18:36:05)

전북교육청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는 학교 전문상담사 116명 전원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84명을 길거리로 내몬 데 이은 대량감원이다.

전북교육청은 22일 지역 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에 공문을 내려 보내 “2013년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사업과 관련하여 12월 31일자로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116명(공립 94명, 사립 22명)에 대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며 “배치된 전문상담사들로부터 근로계약기간 종료를 통보하고 수령확인증을 받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위프로젝트는 2008년 교육부가 학생들의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을 상담하고 해결해주기 위해 설치한 학교 안전망이다. 전북지역에는 현재 238개 초중고교에 위(Wee)클래스가, 각 교육지원청에 12개 위(Wee)센터가 설치돼 있다. 위클래스에는 전문상담사 116명이 전문상담교사 56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전문상담사는 정규직인 상담교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도 되지 않는 140여만 원에 불과하다. 매년 10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호봉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전북교육청은 감원 이유로 예산 부담을 들고 있다. 긴축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사업만 만들어놓고 자치단체에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전문상담사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연간 18억5600여만 원을 절약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도교육청의 사업비 부담 비율이 4:6이고 중앙정부가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지원을 예고한 상황, 나아가 18억여 원은 전북교육청 예산의 0.001%도 되지 않는 액수라는 점에서 대규모 감원 결정에는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즉 전북교육청이 ‘18억 원 플러스 알파’라는 계산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교육청은 학교단위 위클래스에 전문상담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무기계약직 전환 요구가 예상돼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21일 황호진 전북부교육감이 도의회에서 발언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황 부교육감은 도의회 박용성 교육의원이 스포츠강사 310명 중 210명을 감원하려는 전북교육청 계획을 재고하라고 요구하자 “중고교 스포츠강사는 시간제 계약이 많아 무기계약직 전환 요구 가능성이 낮지만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는 전일제여서 무기계약직 전환 요구가 예상돼 예산 절감차원에서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고용안정과 비용절감 즉 노동자와 사용자의 입장이 상충할 수밖에 없고, 전북교육청은 사용자로서 입장을 여과없이 토로하는 셈이다.

이러한 전북교육청 입장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북지부(지부장 강태숙)가 11월초 도교육청에 재계약 여부를 묻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담당부서인 인성관리과가 도교육감에게 ‘전문상담사 무기계약 전환’ 의견을 제출하고, 행정과도 무기계약 전환의 여지가 있다고 답변한 상황이었다.

노조 전북지부 백승재 사무국장은 “며칠 전 비서실과 전화통화로 위클래스 사업 종료는 교육감의 의중이자 이미 결정된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백 국장은 “김승환 교육감이 앞으로는 학교폭력 추방, 인성 인권교육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생존권의 문제를 비용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며 “전북교육청은 무늬만 진보”라고 비판했다.

강태숙 지부장은 “지난 3월에 84명을 감원하면서 전북교육청은 앞으로 고용안정과 무기계약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타 시도교육청의 경우 대체로 현재 인원을 유지한다는 방침인데, 전북이 유일하게 대량해고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비노조 전북지부는 21일 도교육감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전북교육청 정문에서 감원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 교육감은 22일 1인 시위를 피해 뒷문으로 퇴근하기도 했다.

한편 강원교육청은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을 정리해 전문상담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고용한다는 입장이어서 전북교육청과 대조적이다.

다른 한편 이미 집행한 사업비 낭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위클래스 하나에 2천만 원씩이 시설비 등으로 투자돼 도내 238개 위클래스에 총 47억6천만 원이 소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만 200명을 감원함으로써 내년부터 상담실이 놀게 된다. 도교육청은 담임교사와 지원청 상담사들이 순환 근무한다는 계획이지만 담당 인원이 없는 상황에서 운영이 제대로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이윤재 정책국장은 “강원, 경기, 광주 등 지역은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이른바 ‘진보교육감’을 표방하지 않는 지역도 교육부가 무기계약직 전환 방침이고 12월에 확실한 방침을 정할 계획이어서 정부입장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북교육청이 나름대로 사업의 경중을 따진 결과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노조 전북지부는 당장 재계약과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동시에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교육공무직화를 제시하고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비노조 전북지부는 25일부터 시작되는 전북도의회 예산안 심사 때 강력하게 문제제기하는 한편 29일로 예정된 전국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에 적극 결합할 계획이다.

전북지부는 지난 20일 전북교육청 앞 기자회견에서 “전문상담사 대량해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반노동, 반교육, 반인권적 결정의 책임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백 사무국장은 “조합원 해고에 저항하는 건 노조의 사명”이라며 “김승환 교육감 낙선운동은 단순한 말놀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